김원일 원바이오젠 대표 - 치유 의료 기술을 화장품으로 확장
2026-03-30상처 치료에 사용되던 의료 기술이 화장품산업과 만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원바이오젠은 창상피복재(습윤 드레싱)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기기와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김원일 원바이오젠 대표. 최재승 객원기자
“원바이오젠은 상처에 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친수성 폴리우레탄 폼 소재 기반의 상처 보호와 피부 회복을 돕는 의료용 드레싱 기술과 헬스케어, 화장품산업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김원일 대표는 인터뷰에서 자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원바이오젠은 창상피복재, 즉 ‘상처를 덮고 치유를 돕는 의료기기’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그가 정의한 토털 솔루션은 상처, 회복, 피부 관리, 화장품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경험을 의미한다.
원바이오젠이 보유한 핵심 경쟁력의 출발점은 철저히 기술이었다. 원바이오젠이 설립되기 전인 2004년경 창상피복재 생산방식은 비효율적이었다. 폼 드레싱 제품을 하나씩 형틀에 찍어내는 방식이었고,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김 대표는 이 구조를 홀로 연구개발을 통해 바꿨다.
“예전에는 하나씩 형틀에 찍어 만들었지만, 우리는 원단 형태로 뽑아서 필요한 형태로 잘라낸다.”
이 ‘롤 방식’은 단순한 공정 개선이 아니었다. 생산 인력을 파격적으로 줄였고,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끌어올렸다. 이 기술은 이후 원바이오젠의 성장 기반이 되었다.
김 대표는 2006년 원바이오젠을 설립하고 모교인 금오공과대학교 공장형 창업보육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김 대표는 원하는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도 직접 설계해야 했다.
“음성에 있는 기계설비 업자를 쫓아다니며 ‘지금은 자금이 없지만 기계를 만들어주면 평생 은혜를 갚겠다’고 사정한 끝에 감사하게도 기계를 제작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부터 설비 구축까지 2년 노력 끝에 양산할 수 있게 됐죠. 생산설비가 구축된 때가 기술이 연구실 단계에서 비즈니스로 전환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독자 개발한 생산기술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갔던 시기도 있었다. 대기업과 체결한 잘못된 계약 하나로 모든 것이 흔들렸다. 대기업 납품은 막히고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했었다.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김 대표는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야간 대리운전까지 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이때 그는 기술 기업이 생존하는 방식의 본질에 충실했다. 자체 브랜드 ‘테라솝(Therasorb)’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대기업과의 OEM 납품 계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었다. 독자 개발 기술력과 자체 브랜드 제품은 국내 의료시설에서 호응을 얻었고, 당시 수입산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에서 공급량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때가 회사의 숨통을 트이게 한 전환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원바이오젠의 또 다른 전환점은 코스닥 상장이었다. 상장을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고 회사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김 대표는 상장 이후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장 이후 연구개발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거래처도 늘었습니다.”
그는 이 시점을 회사 성장의 두 번째 도약으로 꼽았다.
기술력과 제조 인프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원바이오젠은 수년 전부터 의료기기 기술을 화장품 시장으로 확장했다. 즉, 치료 이후의 피부까지 관리하는 구조다.
“원바이오젠의 또 하나의 핵심 브랜드는 바르는 의료기기와 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메디솝(Medisorb)’입니다. 메디솝은 의료기기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피부장벽이 손상된 부위나 흉터, 튼살 등 피부 회복 관리에 도움을 주는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세럼, 보습 크림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확장하며 본격적으로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적 원리·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기능성 화장품을 말한다. 기존 화장품이 ‘미용’ 중심이었다면, 이는 ‘회복 기능’ 중심이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유럽과 중동,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제품 인허가와 유통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의료기기 제품을 수출하는 원바이오젠의 수출 규모는 약 300만~400만 달러 수준이다. 김 대표는 “향후 화장품 사업도 본궤도에 오르면 5년 안에 2000만 달러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기기 시장은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신경 쓸 게 많다. 일부 화장품은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현지화 제품을 만들고 나서 인증을 받는 데만 3~4년이 걸린다. 원바이오젠은 현재 해외 의료기기·코스메틱 박람회에 참가하며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박람회에 나가면 해외 바이어들이 항상 우리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아직 세상에 없는 독특한 제품을 계속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민감성 피부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남들이 하는 제품을 좇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철학은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활성탄+은 성분 드레싱’, ‘스프레이형 의료성 화장품’, ‘마스크팩 형태의 의료기기’ 등이 그것이다. 김 대표는 “이 전략은 느리지만 강하다”며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바이오젠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생산 인프라다. 경북 구미에 본사와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최근 제2공장을 증축해 창상피복재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생산 기반은 연구개발부터 제조까지 이어져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이드로콜로이드 기반 제품 생산 확대를 위해 약 36억원 규모의 제2공장을 증축했습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향후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는 기술 경쟁력만큼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바이오젠의 중장기 목표는 바이오 소재 기술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창상피복재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기기와 헬스케어, 화장품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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